들어가며

여러분,
이전 BMNR 글에 이어 오늘은 디지털 금융의 숨은 고속도로를 깔고 있는 Circle(NYSE: CRCL) 을 리뷰 해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Circle을 USDC 발행사로 기억하실겁니다.
하지만 투자 관점에서 Circle은 단순한 코인 회사라기보다,

디지털 달러가 인터넷 위를 흐를 때마다 수익을 쌓아가는 금융 인프라 기업에 가깝습니다.

2026년 3월 현재 전 세계에서 USDC로 흐르는 돈만 790억 달러.

이 숫자는 단순한 코인 시총이 아니라, Circle이 깔아놓은 디지털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교통량'입니다.

그 고속도로를 만든 회사, Circle에 대해 알아봅시다.

1. 13년의 방황 끝에 찾은 한 가지 답

Circle Internet Group은 2013년 8월 Jeremy AllaireSean Neville이 공동 창업한 회사입니다.

처음 이들이 꿈꾼 건 페이팔의 라이벌이었습니다.

소셜 결제 앱, 비트코인 거래소, 소비자 금융 서비스까지.

창업 초기 10년 동안 Circle은 끊임없이 피벗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시장의 벽에 부딪혔고,

한때 기업가치가 90억 달러에 달했던 Circle은 2021년 SPAC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을 시도했다가,

2022년 FTX 붕괴와 규제 압박 속에서 결국 무산되고 맙니다.

특히 2023년 3월에는 회사 존립을 위협할 만큼 큰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당시 USDC 준비금 일부가 그곳에 묶여 있었고,

USDC는 순간적으로 1달러 페그가 깨지는 디페깅 사태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Circle은 이 위기를 정면 돌파했습니다.

준비금을 즉각 미 국채 중심으로 재편했고, 투명성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투자자 신뢰를 회복했고,

이후 3년간의 재정비 끝에 글로벌 라이선스를 확보하며 2025년 마침내 정식 IPO로 공모 시장에 복귀했습니다.

13년의 방황 끝에 Circle이 찾은 답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바로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인프라입니다.

2. USDC가 대체 뭔데요?

USDC를 이해하려면 먼저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은 투자 대상으로는 흥미로울 수 있어도,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쓰기엔 불편합니다.

가격이 너무 자주, 너무 크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1 USDC = 1달러.

이 공식을 유지하기 위해 Circle은 유통 중인 USDC 1개당,

그에 상응하는 실제 달러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합니다.

이 준비금은 BNY멜론이 수탁하고, 블랙록이 운용하는 Circle Reserve Fund를 통해

단기 미 국채와 환매조건부채권(Repo) 등에 투자됩니다.

즉, USDC는 단순한 “코인 회사가 만든 토큰”이 아니라,

전통 금융기관의 수탁과 자산운용 체계 위에서 굴러가는 디지털 달러 에 가깝습니다.

2025년 말 기준 USDC 유통량은 753억 달러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고,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약 2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온체인 이체량 기준으로 보면 스테이블코인의 연간 이동 규모는 이미

전통 결제 네트워크와 견줄 만한 수준까지 성장했고,

그 흐름의 상당 부분이 USDC를 통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3. Circle은 어떻게 돈을 버나요?

“코인 발행사인데 대체 어떻게 돈을 버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사업 모델은 놀랄 만큼 단순합니다.

누군가 100달러를 Circle에 맡기면,

Circle은 100 USDC를 발행해줍니다.

그리고 그 100달러는 준비금 계좌에 들어갑니다.

Circle은 이 돈을 단기 미 국채 등에 투자해 이자를 벌고,

사용자가 나중에 USDC를 다시 달러로 바꾸고 싶다고 하면

그 준비금으로 상환해줍니다.

즉, 유통 중인 USDC가 많을수록, 그리고 금리가 높을수록, Circle의 수익은 커집니다.

실제로 Circle의 매출 대부분은 이 준비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입니다.

2025년 연간 총매출은 27억 달러로 전년 대비 64% 성장했고, 전체 매출의 약 96%가 이자 수익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비용이 하나 있습니다.

Circle은 USDC를 혼자 유통시키지 않습니다.

Coinbase라는 강력한 파트너가 자사 플랫폼에서 USDC 유통을 돕고,

그 대가로 Circle은 이자 수익의 상당 부분을 배분합니다.

이를 배분 비용(Distribution Cost) 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Circle의 진짜 수익성을 볼 때는 단순 매출보다,

매출에서 배분 비용을 차감한 RLDC(Revenue Less Distribution Costs) 를 보는 게 중요합니다.

2025년 기준 RLDC는 10억 8,300만 달러, RLDC 마진은 약 39%를 기록했습니다.

Circle 투자 포인트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디지털 달러 유통량이 늘고,

준비금 이자 수익이 유지되며,

장기적으로는 결제 네트워크 수수료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느냐.

뒤에 나오는 모든 분석은 결국 이 세 가지 질문으로 수렴합니다.

4. 31달러 → 299달러 → 128달러 (롤러코스터의 정체)

Circle의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습니다.

2025년 6월 5일, JP모건·씨티·골드만삭스가 주관한 IPO에서 Circle은 3,400만 주를 주당 31달러에 공모했습니다.

공모가는 수요가 몰리면서 세 차례 상향 조정된 끝에 결정됐습니다.

상장 당일 주가는 69달러에 출발해 장중 95달러까지 치솟았고,

결국 82.84달러로 마감하며 167% 상승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IPO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가격이 책정됐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른바 “테이블 위에 남겨진 돈”, 즉 언더프라이싱 규모가 매우 컸다는 분석입니다.

흥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상장 3주 만인 6월 23일, Circle은 사상 최고가 298.99달러를 찍었습니다.

공모가 대비 거의 10배 수준의 급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는 가혹했습니다.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하자,

Circle의 핵심 수익원인 준비금 이자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고,

2026년 2월 5일 주가는 49.90달러까지 밀렸습니다.

고점 대비 83% 하락이었습니다.

분위기를 바꾼 건 2026년 2월 25일 실적 발표였습니다.

Circle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4분기 실적을 내놓았고,

주가는 하루 만에 30% 이상 반등했습니다.

현재는 125~13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극단적인 변동성은 한 가지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줍니다.

Circle은 “코인주”라기보다, 금리 기대에 따라 재평가되는 디지털 금융 인프라주에 가깝습니다.

5. Circle의 재무제표를 어떻게 봐야 할까

DAT 기업인 BMNR을 볼 때 핵심 지표가 mNAV였다면,

Circle을 볼 때는 다른 렌즈가 필요합니다.

Circle은 코인을 쌓아두는 회사가 아니라,

달러를 굴려 수익을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외형부터 보겠습니다.

2025년 연간 매출은 27억 달러로 전년 대비 64% 성장했고,

조정 EBITDA는 5억 8,200만 달러로 104% 증가했습니다.

4분기만 따로 보면 매출은 7억 7,000만 달러,

순이익은 1억 3,300만 달러로 분기 기준 수익성도 꽤 탄탄했습니다.

그런데 연간 기준으로는 왜 순손실일까요?

2025년 연간 순손실 7,000만 달러의 상당 부분은 IPO 과정에서 발생한

주식보상비용 4억 2,400만 달러가 일회성으로 반영된 영향입니다.

즉, 현금이 대거 빠져나간 결과라기보다 회계상 비용이 크게 인식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실제 영업 체력을 보려면 순이익보다 조정 EBITDARLDC를 보는 편이 더 합리적입니다.

그렇다면 Circle은 어떻게 밸류에이션해야 할까요?

Circle을 분석하는 가장 현실적인 프레임은 두 축입니다.

첫째, USDC 유통량 × 금리 = 현재의 이자 수익 엔진
둘째, Arc·CPN 같은 플랫폼이 얼마나 비이자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전자가 “지금 버는 돈”이라면, 후자는 “앞으로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입니다.

6. GENIUS Act - Circle이 가장 잘 준비된 이유

2025년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GENIUS Act(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연방 스테이블코인 법안입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발행사는 발행액과 1:1로 대응되는 준비금을 현금이나 단기 국채 같은 고유동성 자산으로 보유해야 합니다.
둘째, 허가받은 기관만 미국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셋째, 발행사는 정기적인 준비금 공시와 회계법인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Circle은 이 제도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기업이라기보다,

제도화의 수혜를 가장 먼저 받을 준비가 돼 있던 기업에 가깝습니다.

이 법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비슷한 수준의 준비금 관리, 공시, 외부 신뢰 장치를 갖춰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GENIUS Act의 의미는 단순합니다.
규제 환경이 정리될수록, “그동안 가장 규제 친화적으로 운영해 온 플레이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변화는,

규제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제 단순한 크립토 상품이 아니라

디지털 달러 유통 인프라라는 시각으로 읽히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도,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달러 접근성을 넓히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Circle은 더 이상 단순한 핀테크가 아니라,

규제된 디지털 달러 네트워크의 핵심 사업자로 재평가받을 여지가 생깁니다.

7. Circle의 승부수

CPN과 Arc

Circle의 가장 큰 취약점은 명확합니다.

매출의 96%가 이자 수익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금리가 높을 때는 엄청난 장점이지만,

금리가 내려가면 수익이 바로 줄어드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Circle은 결국 “디지털 달러 회사”라기보다 “금리에 레버리지된 회사”로만 평가받게 됩니다.

그래서 Circle은 지금 두 가지 축을 키우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CPN(Circle Payments Network) 입니다.
2025년 4월 출시된 CPN은 은행, 핀테크, 결제 사업자를 연결해

규제 준수 환경에서 국경 간 송금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는 네트워크입니다.

초기 확장 속도는 꽤 빠른 편이지만,

아직은 “의미 있는 이익 기여”를 확실히 증명한 단계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Arc 블록체인입니다.
2025년 8월 공개된 Arc는 USDC 기반 금융 활동에 최적화된 자체 블록체인입니다. 여

기서 주목할 점은 거래 수수료를 별도 토큰이 아니라

USDC 자체로 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기업이나 개발자 입장에선 별도 네이티브 토큰을 관리하지 않고도

온체인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현재 엔진은 여전히 USDC 준비금 이자 수익입니다.
CPN과 Arc는 그 엔진을 당장 대체하는 수익원이 아니라, 금리 하락기에 충격을 완화해줄 미래 옵션에 가깝습니다.

즉, 이 둘은 분명 중요한 성장 스토리이지만, 아직은 프리미엄의 근거이지 실적의 중심축은 아닙니다.

8. 그래서 사요, 말아요?

Circle의 수익은 두 가지 변수가 동시에 움직입니다.

금리USDC 유통량.

지금까지는 금리만 봤는데, 사실 이 두 변수가 반대 방향으로 당기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핵심입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단가는 줄지만, 유통량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거든요.

아래 시나리오는 이 두 축을 함께 고려한 단순화 프레임입니다.

가정 (공통):

  • RLDC 마진: 39~40%

  • 연간 영업비용: 약 4억 달러

  • 완전 희석 기준 발행주식 수: 약 2억 4,500만 주


① 시나리오 1: 금리 3.75% 유지 × 유통량 현 수준 유지 (750억 달러) 고금리 동결 / 성장 정체

이자 수익 28.1억 달러 → RLDC 마진 적용 후 11.25억 달러 영업비용 차감 후 영업이익 약 7.25억 달러

EPS 약 2.96달러 P/E 35~40배 적용 시 적정 주가 104~118달러

현재 주가 125달러는 이 시나리오에 소폭의 성장 기대를 얹은 수준입니다.


② 시나리오 2: 금리 2.5% 인하 × 유통량 성장 (1,200억 달러) 연착륙 + 유통량으로 금리 하락을 상쇄하는 기준 시나리오

이자 수익 30억 달러 → RLDC 마진 적용 후 12억 달러 영업비용 차감 후 영업이익 약 8억 달러

EPS 약 3.27달러 P/E 35~40배 적용 시 적정 주가 114~131달러

금리가 내려가도 유통량이 60% 성장하면 수익이 오히려 늘어납니다. 실제로 USDC는 2024년 한 해에만 78% 성장했습니다.


③ 시나리오 3: 금리 1.0% 급락 × 유통량 대폭 성장 (2,000억 달러) 경기침체 + 디지털 달러 수요 폭발 / 장기 강세 시나리오

이자 수익 20억 달러 → RLDC 마진 적용 후 8억 달러 영업비용 차감 후 영업이익 약 4억 달러

EPS 약 1.63달러 단, 이 시나리오에서는 CPN·Arc 등 비이자 수익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P/E 40~50배의 플랫폼 프리미엄이 적용될 수 있음 적정 주가 범위 65~82달러 — 단기 하방이지만 장기 성장의 씨앗

금리 1%에서도 유통량 2,000억 달러면 수익 구조 자체는 살아있습니다. 다만 시장이 단기 EPS 감소에 먼저 반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④ 최악 시나리오: 금리 1.0% × 유통량 정체 (750억 달러) 경기침체 + 스테이블코인 성장 멈춤

영업이익 사실상 0 또는 적자 이 경우 주가 50달러 이하 재시험 가능성

이 시나리오의 방어막은 결국 하나입니다. CPN과 Arc가 얼마나 빨리 실제 수익원으로 자리잡느냐.


지금 주가 125달러는 무엇을 반영하고 있나

시장은 지금 ①과 ② 사이 어딘가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즉, 금리는 당분간 크게 안 내려가고, 유통량은 꾸준히 늘어날 거라는 기대입니다.

여기서 주가가 더 오르려면 세 가지 중 하나가 필요합니다.

  •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높게 유지되거나

  • USDC 유통량이 시장 기대를 뛰어넘어 성장하거나

  • CPN·Arc의 비이자 수익화가 생각보다 빨라지거나

반대로 말하면, 금리만 내려가고 유통량도 못 따라오면 주가는 시나리오 ③~④ 방향으로 빠르게 수렴할 수 있습니다.

한 줄 결론

Circle은 분명 매력적인 회사입니다.
디지털 달러와 스테이블코인 대중화가 장기적으로 확산된다고 본다면,

Circle은 그 흐름의 핵심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투자할 때는 아래 네 가지 리스크를 반드시 안전벨트처럼 착용해야 합니다.

첫째, 금리 방향성입니다. Circle은 연준의 정책 경로에 매우 민감한 종목입니다.
둘째, 경쟁 심화입니다. 규제 환경이 정리될수록 더 많은 금융기관과 플랫폼 기업이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셋째, Coinbase 의존도입니다. Circle의 수익성은 단순히 금리뿐 아니라 USDC 유통 파트너와의 경제 구조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넷째, CPN과 Arc의 수익화 속도입니다. 미래 성장 스토리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생각보다 느릴 수도 있습니다.

※ 본 칼럼은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