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지난 써클(Circle) 칼럼에서 우리는 디지털 달러 고속도로를 까는 인프라 기업을 봤습니다.
오늘은 그 고속도로 위의 가장 큰 톨게이트를 운영하는 회사, 코인베이스(Coinbase)를 살펴보겠습니다.

써클이 “달러를 굴리는 회사”라면, 코인베이스는 “사람들이 디지털 자산 세계로 들어오는 톨게이트”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 문은 단순한 거래소 입구가 아닙니다.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창구를 넘어,

USDC가 유통되고,

기관 자산이 보관되고,

온체인 애플리케이션이 깔리고,

결국 실물연계자산(RWA)까지 올라타는 금융 관문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1. 거래소에서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 12년의 진화

코인베이스는 2012년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과 프레드 어샘(Fred Ehrsam)이 공동 창업했습니다.

처음의 정체성은 단순했습니다.

미국인이 가장 쉽게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곳

그런데 바로 그 단순함이 코인베이스의 가장 큰 무기가 됐습니다.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 은행 계좌와의 연결, 비교적 규제 친화적인 운영 방식

코인베이스를 크립토 네이티브만의 서비스가 아니라 제도권과 블록체인 사이를 잇는 브리지로 만들었습니다.

2021년 직접상장 이후에는 크립토 대표 상장사로 자리 잡았지만,

2022년 테라-루나 붕괴와 FTX 사태,

2023년 SEC 소송을 겪으며 시장은 다시 이 회사를 “사이클을 타는 거래소”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2월 SEC가 코인베이스에 대한 소송을 공식적으로 접으면서 그 그림은 다시 바뀌었습니다.

흐름이 다시 바뀐 건 2024년 이후였습니다.

2024년 1월 미국 SEC가 현물 비트코인 ETF 상장을 승인한 뒤,

기관 자금은 더 이상 “언젠가 들어올 돈”이 아니라 실제 시장 자금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코인베이스는 단순 거래소가 아니라 기관 자금을 받아주는 수탁 인프라로 존재감을 키웠습니다.

블랙록의 iShares 비트코인 ETF 관련 등록서류에는 코인베이스 커스터디가 비트코인 수탁기관으로 명시돼 있고,

코인베이스는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 크립토의 12% 이상이 자사 플랫폼에 보관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2024~2025년 사이클에서 기관 자금 유입은 단순히 시장 분위기 개선에 그치지 않고,

수탁·프라임·USDC·구독·서비스 매출로 실질 연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코인베이스를 여전히 “미국의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정도로만 보는 건 너무 낡은 해석일 수 있습니다.

이 회사가 그리고 있는 방향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거래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자산과 전통 금융이 만나는 접점을 통째로 장악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2. 수익 구조를 해부해보자

2-1. 거래소 수익: 거래량은 기관이, 수수료는 리테일이

코인베이스의 수익 구조에서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는 거래대금은 기관이 주도하지만,

실제 수수료 수익은 리테일이 만든다는 점입니다.

2025년 거래 매출 40.6억 달러 중 소비자 거래 매출은 33.2억 달러였고,

기관 거래 매출은 4.8억 달러였습니다.

겉으로 보면 기관 플랫폼처럼 보이지만,

돈을 실제로 버는 구조는 여전히 리테일 중심입니다.

기관은 거래 규모는 크지만 수수료율이 낮고, 리테일은 거래 규모는 작아도 더 높은 수수료를 냅니다.

이 점은 투자자에게 중요합니다.

ETF 자금이 들어오고 기관 관심이 높아져도,

리테일이 거래를 안 하면 생각보다 수익 레버리지가 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강세장에서 리테일이 다시 뛰어들면

코인베이스의 실적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탄력적으로 좋아질 수 있습니다.

2-2. USDC가 코인베이스의 기초체력을 만든다

코인베이스의 두 번째 엔진은 USDC 경제권입니다.

USDC 준비금에서 발생한 이자를 써클이 먼저 벌고,

그중 상당 부분을 코인베이스에 배분합니다.

이 지급액은 서클 장부에선 distribution costs로 잡히고,

코인베이스 입장에선 stablecoin revenue가 됩니다.

그래서 코인베이스는 사람들이 코인을 사고팔 때만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라,

플랫폼 안팎에 디지털 달러가 더 많이 쌓이고 더 널리 유통될수록 함께 수익을 얻는 회사에 가깝습니다.

숫자도 이런 흐름을 보여줍니다.
2025년 stablecoin revenue는 13.49억 달러로 2024년의 9.11억 달러에서 크게 늘었고,
2025년 4분기만 봐도 stablecoin revenue는 3.64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같은 분기 코인베이스 제품 내 평균 USDC 잔고는 178억 달러, 오프플랫폼 평균 USDC 잔고는 584억 달러였는데,
회사가 stablecoin revenue 증가 배경으로 바로 이 플랫폼 안팎의 USDC 확대를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3. Base가 중요한 이유, 그리고 그 끝에 있는 RWA

코인베이스가 거래소보다 더 비싸게 평가받고 싶어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자체 이더리움 L2인 Base를 통해

단순 매매 플랫폼이 아니라 온체인 금융 레일까지 직접 쥐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Base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코인베이스의 자체 L2”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건, 이 레일 위에 앞으로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실물연계자산(RWA)까지 올라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코인베이스 리서치는 2026년 1월 보고서에서

온체인 분산형 RWA 가치가 2024년 12월 약 60억 달러에서

2025년 말 200억 달러를 넘겼다고 평가했습니다.

맥킨지(McKinsey) 역시 토큰화 금융자산 시장이 2030년경 약 2조 달러 규모에 이를 수 있다고 봤습니다.

기관마다 숫자는 다르지만, 메시지는 같습니다.

토큰화가 커질수록 발행·보관·유통·결제를 한 번에 해결해주는 플랫폼의 가치가 커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RWA 시대의 코인베이스는 단순 거래소가 아닙니다.

기관 자산을 맡길 수 있는 수탁기관이고,

토큰화 자산이 움직이는 체인 레일(Base)을 가지고 있으며,

온·오프램프와 브로커리지 기능도 함께 제공할 수 있습니다.

블랙록(BlackRock)이 2024년 3월 토큰화 펀드 BUIDL을 출시하며

토큰화 인프라를 직접 키우기 시작한 것도 이 시장의 방향을 잘 보여줍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기회가 크다는 사실과 동시에 경쟁자도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월가의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자체 토큰화 레일을 키우고 있고,

글로벌 거래소와 탈중앙화 거래소도 여전히 유동성과 수수료 측면에서 압박을 가합니다.

코인베이스 역시 자사 공시에서 경쟁 상대를 전통 금융사, 핀테크, 글로벌 거래소, 탈중앙화 거래소까지 넓게 보고 있습니다.

결국 코인베이스의 프리미엄은 “좋은 자리” 자체가 아니라,

그 자리를 매출과 이익으로 얼마나 오래 방어하느냐로 증명돼야 합니다.

3. 최근 악재의 진짜 의미 — 사업 훼손이 아니라 규제와 회계의 충격

최근 코인베이스를 둘러싼 악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규제, 다른 하나는 회계입니다.

먼저 규제입니다.

2026년 들어 미국의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
이른바 CLARITY Act 논의에서 코인베이스에 가장 중요한 쟁점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USDC 보유자에게 사실상 ‘이자’에 가까운 혜택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 입니다.

이건 단순한 마케팅 수단의 문제가 아닙니다.
코인베이스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달러를 그냥 현금으로 두지 않고,
플랫폼 안에 USDC 형태로 더 오래 머물게 만드는 핵심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코인베이스 안의 USDC 잔고가 커지고,
회사는 그 잔고 확대를 stablecoin revenue 증가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런 혜택이 규제로 막히면 구조는 달라집니다.
USDC 자체가 계속 성장하더라도,
코인베이스가 그 성장의 과실을 고객 유치와 잔고 확대로 연결하는 방식은 훨씬 약해질 수 있습니다.

즉 문제의 본질은
“스테이블코인이 성장하느냐”가 아닙니다.

코인베이스가 USDC에 이자성 혜택을 붙여 자금을 끌어모으는 모델을 계속 쓸 수 있느냐 입니다.

코인베이스 주가가 관련 법안 초안과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시장이 걱정한 것은 USDC의 존립이 아니라,
USDC를 활용한 코인베이스의 수익모델 일부가 규제로 제약될 수 있다는 점 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회계입니다.

최근 코인베이스가 기록한 2025년 4분기 GAAP 순손실 6.67억 달러는 사업 본질이 훼손된 결과라기보다,

보유 중인 크립토 자산과 전략적 투자 지분 가치 하락이 회계적으로 반영된 성격이 강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해당 분기 순손실이 7.18억 달러 규모의 크립토 투자 포트폴리오 손실과

3.95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손실에서 크게 비롯됐다고 밝혔고,

adjusted net income은 1.78억 달러, adjusted EBITDA는 5.66억 달러였습니다.

즉 겉으로 보이는 적자 숫자만 보고 “코어 비즈니스가 무너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할 수 있습니다.

결국 최근 악재의 본질은 이렇습니다.

사업의 핵심 엔진이 꺼진 것이 아니라,

규제 불확실성과 평가손실이 단기적으로 시장 심리를 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이 악재의 성격을 확인했으니, 다시 숫자로 돌아가 볼 차례입니다.

결국 코인베이스의 밸류에이션은 무슨 뉴스가 떴느냐보다,

거래량과 구독·서비스 매출이 앞으로 어떤 조합으로 움직일지를 어떻게 보느냐에 더 크게 달려 있습니다.

4. 시나리오별 주가 분석

코인베이스의 밸류에이션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거래량, 특히 리테일 거래 활성도입니다.
기관 거래는 거래대금을 키우지만 수수료율이 낮기 때문에,

실제 이익 민감도는 여전히 리테일 거래 회복 여부에 더 크게 좌우됩니다.

둘째는 구독·서비스 매출의 질적 성장입니다.
USDC, 수탁, 스테이킹, Coinbase One, Base 관련 매출이 두꺼워질수록 코

인베이스의 실적은 거래소 사이클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플랫폼형 멀티플을 적용받을 여지가 커집니다.

결국 코인베이스는
단기적으로는 거래소 earnings beta,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금융 인프라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구조입니다.

아래 시나리오는 이 두 축을 바탕으로 단순화한 valuation framework입니다.

공통 가정

  • 완전 희석 기준 발행주식 수: 약 2억 5,000만 주

  • 구독·서비스 매출: 기준 연 21억 달러 수준

  • 밸류에이션 방식: 순이익 추정치 기준 EPS 산출 후, 시나리오별 적정 P/E 적용


① Bull 시나리오

강세장 지속 + Base/RWA 수익화 조기 가시화

  • 순이익: 약 35억 달러

  • EPS: 약 14달러

  • 적정 P/E: 30~35배

  • 적정 주가: 420~490달러

전제 조건

  • 리테일 거래 회전율이 예상보다 오래 강하게 유지될 것

  • USDC·수탁·스테이킹·Coinbase One이 거래 매출 외 추가 이익 레버리지로 작동할 것

  • Base와 RWA가 단순 서사가 아니라 실제 매출 및 이익 기여로 확인될 것


② Base 시나리오

보통의 시장 사이클 + 구독·서비스 매출의 안정적 성장

  • 순이익: 약 20억 달러

  • EPS: 약 8달러

  • 적정 P/E: 28~33배

  • 적정 주가: 224~264달러

전제 조건

  • 거래 매출은 사이클을 타되 급격한 위축은 없을 것

  • 구독·서비스 매출이 완충 역할을 하며 실적 변동성을 낮출 것

  • Base 및 RWA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시장이 일정 수준의 옵션 가치를 인정할 것


③ Bear 시나리오

약세장 진입 + 규제 역풍 + 리테일 활동 둔화

  • 순이익: 약 6억 달러

  • EPS: 약 2.4달러

  • 적정 P/E: 20~25배

  • 적정 주가: 48~60달러

전제 조건

  • 비트코인 가격 조정과 함께 거래량이 빠르게 둔화될 것

  • 리테일 거래 활동 회복이 지연될 것

  • 규제 이슈가 USDC 기반 고객 유치 및 플랫폼 monetization을 제약할 것

  • 구독·서비스 매출만으로 거래 매출 감소를 충분히 상쇄하지 못할 것


종합 판단

현재 코인베이스 투자 포인트는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 거래 수수료가 예상보다 오래 견조하게 유지되는가

  • 구독·서비스 매출이 전체 이익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는가

  • Base와 RWA가 실제 이익 기여로 연결되며 플랫폼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는가

반대로,
거래량이 식고 리테일 참여가 둔화되며 규제 이슈까지 겹칠 경우,
구독·서비스 매출의 안정성만으로는 주가를 충분히 방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코인베이스는 단순히 “비트코인 가격 상승 수혜주”로 보기보다,
리테일 거래 회복 + 반복 매출 성장 + 플랫폼 옵션 현실화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해야 상방이 열리는 종목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5. 2026년 투자 관전 포인트

2026년 코인베이스를 볼 때는 네 가지를 집중해서 보면 됩니다.

첫째는 규제 리스크입니다.

스테이블코인 rewards와 토큰화 자산 관련 문구가 어떤 형태로 정리되느냐는 코인베이스의 고객 유치 전략과 장기 로드맵에 직접 연결됩니다.

둘째는 서클과의 경제 구조입니다.

코인베이스와 써클(Circle)은 전략적으로 더 긴밀해졌지만, 동시에 USDC가 커질수록 수익배분 구조가 누구에게 더 유리하냐는 질문도 더 중요해집니다.

셋째는 리테일과 파생상품 확장입니다.

기관 볼륨만으로는 수익성이 제한되기 때문에, 결국 이익 민감도를 다시 키워줄 것은 리테일 재활성화와 파생상품 침투율입니다. 실제로 코인베이스는 2025년 말 유료 Coinbase One 가입자가 거의 100만 명까지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넷째는 Base의 지속성입니다.

Base는 분명 흥미로운 자산이지만,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트래픽이 많다”가 아니라 그 트래픽이 반복 가능한 현금흐름으로 남느냐입니다. DeFi, 결제, AI 에이전트 활동 같은 온체인 수요가 일회성 테마에 그치지 않고 시퀀서 수수료로 안정적으로 축적돼야, 코인베이스는 진짜 거래소에서 인프라 기업으로 멀티플을 바꿔 받을 수 있습니다.

코인베이스의 진짜 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
거래소로 벌던 돈을 넘어,

디지털 달러와 온체인 금융,

그리고 RWA까지 자기 생태계 안으로 끌어올 수 있느냐.

그걸 해내면 코인베이스는 재평가될 것이고, 못 해내면 다시 평범한 사이클주로 돌아갈 겁니다.
결국 시장은 서사가 아니라 숫자로 판단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