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지난 Circle, Coinbase 칼럼에서 우리는 디지털 달러의 고속도로와 그 위의 톨게이트를 봤습니다.

오늘은 고속도로가 깔리기 훨씬 전부터, 땅속에서 직접 디지털 금을 캐온 회사입니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MARA는 단순한 비트코인 채굴회사가 아닙니다.

이 회사는 지금 채굴기를 돌리는 수준을 넘어,

전력을 직접 확보하고,

전력 인프라 위에 비트코인 채굴과 AI를 함께 얹으려는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 중입니다.

시장이 MARA에 단순 채굴주 이상의 프리미엄을 얼마나 줄 것이냐.

그 답이 이 칼럼의 핵심입니다.

1. 채굴기에서 에너지 인프라로 — 12년의 전환

MARA Holdings(구 Marathon Digital Holdings)는 2012년 설립됐지만,

비트코인 채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20년 전후입니다.

초기 전략은 단순했습니다.

ASIC 채굴기를 최대한 많이 사들이고,

외부 시설에 맡겨 가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021년 강세장에서 MARA 주가는 60달러를 넘겼고,

시장은 이 회사를 "비트코인에 레버리지 걸린 주식"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2022년 비트코인이 폭락하자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채굴 원가는 고정인데 수익은 급감했고, 주가는 3달러대까지 추락했습니다.

그 충격이 MARA를 바꿨습니다.

회사는 외부에 맡기던 채굴 시설을

직접 소유·운영(owned-and-operated) 방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2024년 이후 이 비중을 약 7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직접 소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비용 절감 이상의 의미입니다.

전력 계약을 직접 협상하고, 냉각 인프라를 자체 설계하고,

설비 가동률을 직접 통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인프라가 지금 AI·HPC 전환의 물리적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2. MARA가 돈버는법

MARA의 수익 구조는 크게 세개의 레이어입니다.

① 비트코인 채굴 수익

해시레이트(채굴 연산력)를 네트워크에 투입해 블록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 구조입니다.

2025년 MARA의 연간 채굴량은 8,799개. 전년(9,430개)보다 줄었습니다.

줄어든 이유는 명확합니다. 2024년 4월 반감기.

비트코인 반감기는 4년마다 블록 보상을 절반으로 자릅니다.

블록당 보상이 6.25 BTC에서 3.125 BTC로 줄었고,

해시레이트를 25% 키웠음에도 채굴량이 오히려 줄어든 이유입니다.

채굴 수익의 핵심 방정식은 단순합니다.

비트코인 가격 × 채굴량 − 전력 비용 = 채굴 마진.

원가 측면에서 보면,

Q4 2025 기준 직접 소유 사이트의 BTC당 전력 비용은 약 48,611달러였고,

직접 소유 시설만 연간 기준으로 보면 약 38,956달러까지 낮아집니다.

kWh당 단가는 Q4 기준 약 0.05달러, 연간 직접 소유 사이트 기준으로는 약 0.04달러 수준입니다.

절대적인 업계 최저가를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저원가 전력과 직접 소유 시설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는 방향성 자체가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② 보유 BTC 운용수익 — 채굴해서 쌓되, 이제는 능동적으로 운용한다

MARA는 비트코인을 직접 캐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 회사입니다.

2025년 말 기준 보유량은 53,822 BTC, 약 47억 달러 규모입니다.

여기서 Strategy(MSTR)와의 차이가 나옵니다.

Strategy가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사서 쌓는 회사라면,

MARA는 직접 캐서 쌓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최근에는 매입·대출·담보·매각까지 포함한 더 능동적인 운용으로 진화 중입니다.

실제로 2025년에는 4,267 BTC를 추가 매입하면서

동시에 4,076 BTC를 약 4억 1,310만 달러에 매각했습니다.

운영비 충당과 전략적 유연성을 함께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2026년에는 보유 BTC도 시장 상황에 따라 opportunistic하게 매각할 수 있도록 전략을 확장했습니다.

"우리는 비트코인을 생산적 자산으로 운용한다"는 게 회사의 공식 포지셔닝입니다.

③ AI·HPC — 아직은 씨앗

MARA는 채굴 인프라의 전력과 냉각 설비를

AI 추론(inference)과 HPC에 재활용하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주요 움직임을 보면,

2025년 Q2에 Google 투자사 TAE Power Solutions,

LG 투자사 PADO AI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고,

2026년 2월에는 AI 최적화 클라우드 인프라 업체 Exaion 지분 64%를 인수 완료했습니다.

같은 달 Starwood Capital과 near-term 1GW IT capacity,

장기적으로 2.5GW+ 규모의 데이터센터 합작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단, 아직 AI·HPC가 손익계산서에 찍히는 숫자는 거의 없습니다.

지금은 스토리이지, 실적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점을 과장하지 않는 것이 이 회사를 제대로 보는 출발점입니다.

3. 재무제표 분석

MARA의 재무제표는 처음 보면 당황스럽습니다.

2025년 Q2엔 순이익 8억 8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이익,

Q4엔 순손실 17억 달러.

같은 해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MARA의 순이익은 사업 성적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트코인 가격표이기도 합니다.

ASU 2023-08 도입 이후,

MARA는 보유 암호화폐를 분기마다 공정가치로 재평가하고 그 손익을 당기손익에 반영합니다.

Q2 2025 순이익 8억 달러 안에는 12억 달러의 공정가치 평가이익이 포함돼 있었고,

Q4 2025 순손실 17억 달러 안에는 15억 달러의 공정가치 평가손실이 들어 있었습니다.

즉,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간 분기엔 이익이 크게 보이고, 내려간 분기엔 손실이 크게 잡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MARA를 볼 때는 GAAP 순손익 대신

채굴량, 전력비/BTC, cost per petahash/day, 현금흐름, 그리고 cash+BTC 유동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2025년 말 기준 MARA의 총 유동성은 현금 5억 4,700만 달러 + BTC 47억 달러 = 약 53억 달러입니다.

이 숫자가 MARA의 실질적인 재무 방어선입니다.

4. 반감기 역설 — 적게 캐도 더 버는 구조

비트코인 채굴 투자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오해가 있습니다.

"반감기가 오면 채굴량이 반 토막 나니까 채굴 회사는 손해 아니냐"는 질문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절반만 맞습니다.

역사적으로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상승해왔습니다.

채굴량은 줄지만 단가가 오르면 수익은 오히려 늘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경쟁 구도 변화입니다.

반감기가 오면 전력 원가가 높은 한계 채굴자들이 먼저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살아남는 플레이어는 전력 단가가 낮고 규모가 큰 업체들입니다.

즉, 반감기는 MARA 같은 저원가 대형 채굴자에게는 경쟁자를 솎아내는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물론 전환점마다 채굴 마진이 일시적으로 크게 압박받는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5. MARA의 승부수 — 전력이 곧 해자다

비트코인 채굴의 진짜 진입 장벽은 채굴기가 아닙니다.

전력입니다.

채굴기는 돈만 있으면 살 수 있지만,

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MARA는 지금 이 전력 해자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텍사스, 네브래스카, 오하이오 등지에 직접 소유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Starwood Capital과의 합작을 통해 대규모 저원가 전력 인프라를 추가로 확보하는 중입니다.

회사가 제시하는 3~5년 목표는 에너지 생성, 비트코인 채굴, AI/HPC 워크로드를

하나의 수직 통합 인프라 위에서 운영하는 것입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AI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병목은 전력입니다.

MARA는 이미 그 전력을 저단가로 쥐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과 AI 인프라는 동일한 전력·냉각·컴퓨팅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 수익이 줄어드는 구간에 AI 인프라 임대 수익으로 전환하는 옵션을 만드는 겁니다.

단, 이 시나리오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는 아직 열린 질문입니다.

6. 그래서 사요, 말아요? — 시나리오별 프레임

Circle의 핵심 변수가 USDC 유통량과 금리였다면,
MARA의 핵심 변수는 결국 두 가지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채굴 사업에 시장이 붙여주는 프리미엄입니다.
여기에 장기 옵션으로 AI·HPC 수익화 속도가 붙습니다.

공시 시점 기준으로 보면,

2025년 말 공시상 보유량 53,822 BTC는 더 이상 최신 수치가 아닙니다.

MARA는 2026년 3월 4일~25일 사이 15,133 BTC를 약 11억 달러에 매각했고,

그 자금으로 약 10억 달러 규모의 2030·2031년 만기 전환사채를 조기 상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단순 반영하면 현재 보유 BTC는 약 38,689개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BTC 가격은 약 71,529달러, MARA 주가는 약 9.54달러입니다.

2026년 2월 공시 기준 발행주식 수 약 3.8억 주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현재 보유 BTC 가치는 약 27.7억 달러, 주당 약 7.3달러 수준입니다.

즉 지금 주가는 MARA를 거의 “비트코인 보유분 + 약간의 운영 프리미엄”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 셈입니다.

시장이 채굴 사업과 AI 옵션에 높은 가치를 붙이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MARA는 단순한 성장주라기보다,
BTC 보유자산 위에 채굴 사업 가치와 AI 옵션이 얹히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주가를 볼 때도 “PER 몇 배냐”보다,

BTC 가격이 어디에 있느냐시장에 채굴/AI 프리미엄이 얼마나 붙느냐를 같이 보는 편이 맞습니다.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MARA는 Bull 시나리오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고,

Base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격에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바꿔 말하면 시장은 지금 MARA를 “비트코인 가격에 크게 연동되는 채굴주” 정도로만 보고 있고,

회사가 그리고 있는 AI·HPC 전환 스토리에는 아직 거의 값을 매기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건 반대로 말하면,

비트코인이 약세로 꺾이거나 AI 전환이 숫자로 증명되지 않을 경우,

현재 주가도 결코 싸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MARA는 결국 비트코인 가격에 가장 민감한 상장 레버리지 플레이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한 줄 결론

MARA는 비트코인을 직접 캐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 회사입니다.

전력으로 비트코인을 캐고, 채굴한 비트코인을 쌓고, 그 위에 데이터센터같은 다음 먹거리를 얹으려는 회사입니다.

다만 투자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비트코인 가격 의존도.

MARA의 수익성은 비트코인 가격 하나에 집중적으로 노출돼 있습니다.

비트코인 투자 thesis가 없다면 MARA 투자도 없습니다.

둘째, 반감기의 이중성.

저원가 업체에게 유리한 구조 재편 이벤트이기도 하지만,

전환점마다 채굴 마진이 일시적으로 크게 압박받습니다.

셋째, AI·HPC 실현 속도.

전력 인프라를 가졌다는 것과 그걸 실제 AI 매출로 전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실행 능력을 요구합니다.

지금은 파트너십과 인수가 발표됐지만, 숫자로 증명된 건 아직 없습니다.

넷째, 주식 희석 리스크.

MARA는 성장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ATM 방식의 주식 발행을 지속해왔습니다.

잔여 ATM 한도가 약 15억 달러 남아 있다는 것은, 앞으로도 희석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Circle이 디지털 달러 인프라라면, Coinbase가 그 위의 톨게이트라면,

MARA는 그 디지털 경제 전체의 연료를 캐는 광부에 가깝습니다.

광부는 금값이 오를 때 가장 크게 웃고, 금값이 내릴 때 가장 먼저 무릎을 꿇습니다.


※ 본 칼럼은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