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이번 CIS 2026에 다녀오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이제 한국 크립토도 슬슬 “코인판”에서 “기관의 판”으로 넘어가고 있구나.
예전 같으면 이런 행사에서
어떤 코인이 더 세냐,
어떤 체인이 더 빠르냐,
얼마나 디젠스럽냐(즉 얼마나 모험적이냐)
같은 이야기가 더 앞에 섰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조금 달랐습니다.
토큰화, 스테이블코인, 기관 자금, 제도권 편입.
그리고 실제로 누가 이 시장을 준비하고 있느냐.
이건 그냥 현장 느낌만은 아니었습니다.
CIS 2026 첫날 프로그램 자체가 아예 Institutional Forum으로 구성됐고,
세션 제목도 Global Stablecoin,
TradFi Strategies for Digital Assets,
Korean Crypto Investors & Institutional Readiness처럼
기관과 제도권 자금 유입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1. 첫 번째로 눈에 띈 건 한화였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건 한화금융 그룹의 존재감이었습니다.
단순히 “부스가 있었다” 수준이 아니라,
디지털자산을 진짜 하나의 사업 축으로 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꽤 선명했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행사에서 디지털자산 플랫폼 청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사모시장 자산을 시작으로 부동산, IP, 비상장주식 같은 자산을 토큰화하고 거래하는
Digital Asset Platform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고, 이를 TradFi와 DeFi를 잇는 방향으로 설명했습니다.
초기 타깃은 고액자산가와 패밀리오피스, 목표 시점은 2027년 1분기 해외 시장 론칭입니다.
여기서 더 흥미로웠던 건 이게 한화투자증권 한 회사의 액션으로만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같은 CIS 기관 패널에는 한화자산운용도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었고,
최근 보도를 보면 한화자산운용은 국내 제도 정비 이후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인 흐름으로 읽힙니다.
솔라나, XRP 같은 추가 기초자산 가능성까지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서 보인 한화의 움직임은
“플랫폼”과 “상품”이 따로 노는 그림이라기보다,
한화금융 그룹 차원의 디지털자산 포지셔닝으로 보는 쪽이 더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한화는 이제 “코인도 좀 보자”가 아니라
“자산이 온체인으로 넘어오는 시장” 자체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2. 두 번째로 눈에 띈 건 Odos였습니다
Odos는 겉으로 보면 그냥 스왑 툴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뜯어보면,
이 프로젝트의 포인트는 토큰 자체보다 온체인 거래 인프라에 더 가깝습니다.
여러 DEX 유동성을 모아서
가장 효율적인 거래 경로를 찾아주는 구조.
이런 플레이어는 보통 불장에서는 덜 화려해 보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뭐가 10배 가는지에 더 관심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시장이 커지고,
체인이 많아지고,
유동성이 더 잘게 쪼개지고,
기관 자금까지 들어오기 시작하면
오히려 이런 인프라가 더 중요해집니다.
결국 돈이 커질수록 중요한 건
“무슨 코인이냐”보다
“어디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거래되느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CIS에서 Odos가 눈에 들어왔다는 건,
제 시선도 조금은 토큰보다 레일 쪽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3.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도 본격적이였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야기가 꽤 수면 위로 올라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현장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출시”가 발표된 건 아니었습니다.
대신 논의의 톤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그게 가능하냐”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누가 책임질 수 있느냐”
“어떤 제도와 리스크 관리 위에서 굴릴 수 있느냐”
쪽으로 질문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게 더 중요합니다.
시장이 한 단계 올라왔다는 뜻이니까요.
실제로 CIS 기관 패널에는
한화자산운용,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토스뱅크, 한화투자증권, 파인트리증권 관계자들이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논의는 더 이상 크립토 업계 내부 아이디어 차원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증권, 자산운용, 은행, 핀테크가 모두 같은 테이블에 앉아 보기 시작한 의제가 됐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이제는
누가 발행할지,
누가 유통을 설계할지,
누가 책임 구조를 만들지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4. 이번 CIS 2026을 한 줄로 정리하면
한화는 판을 넓게 보고 있었고,
Odos는 그 판 위에서 실제 거래가 어떻게 굴러갈지를 보여줬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이제 “가능성”이 아니라 “설계와 책임”의 문제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얌얌식으로 마지막 한 줄만 남기면 이겁니다.
이제는
뭐가 오를지만 보는 시장이 아니라,
누가 이 판의 도로를 까는지를 봐야 하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